자리있나? 나의 첫 사업 아이디어
— 김욱영
2021년 10월에 나는 친구 3명과 함께 카페, 식당 등에 자리가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만들고 싶었다. 카페나 식당에 붐비지 않은 시간에 방문하게 도와준다면 큰 사업 기회를 노릴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개발 한다는 방법은 꿈도 꾸지 못했기에 이를 개발하기 전에 수요가 있는지 검증하고 싶었다.
1. 자리 확인 서비스 가설 검증하기
돈도 시간도 없는 대학생 4명이 어떻게 자리가 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의 MVP를 구현할 수 있을까? 우리가 고안해 낸 방법은 카페 하나를 선정해서 그 자리에 하루 종일 앉아 있다가 자리가 있는지 알려주는 방법이었다.
우리는 안암역 커피빈에 14일간 앉아 있으면서 카카오톡 채널에 문의가 올 때마다 자리가 있는지 알려주는 방식으로 가설 검증을 진행했다. 정말 무식한 방법이었지만 빠르게 가설을 검증할 수 있었다.
그렇게 해서 14일간 결과는 57명이 카카오톡 채널을 추가하고 15명이 해당 채널에 문의를 하는 결과 데이터를 얻었다. 어떤 결과를 얻어야 좋은 지표인지를 설정하지 않은 채로 가설을 검증했기에 정량적인 데이터에서 크게 얻은 점은 없었다. (나름 높은 수치라 생각한다.) 그러나 직접 해보는 과정에서 생각하지도 못한 점을 알게 되었다.
(1) 사람들은 카페에 갈 때 콘센트가 있는 자리만 찾으며
(2) 콘센트가 있는 자리가 빌 때마다, 해당 자리로 이동한다는 점이다.
두 번째 사실이 카페 자리 확인을 서비스로 만들기 어렵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자리를 고정적으로 이용하는 식당으로 서비스 방향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2. 포스기와 연동하면 어떨까?
첫 번째 가설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얻은 내용을 기반으로, 식당과 같은 자리 지정이 확실한 곳에서 서비스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자리가 있는지를 파악할 수 있는 포스기와 연동하면 훌륭한 사업이 된다고 확신했다. (이건 지금도 그렇다. 그래서 페이히어와 같은 서비스가 정말 큰 사업이 될 것 같다.)
우리는 안암 근처에 있는 130여 개의 식당들을 돌아다니며 포스기를 조사했다. 어떤 식으로 SDK나 API를 구성해 서비스를 만들 수 있을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포스기를 조사하면서도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건 포스기는 고도의 PC가 사용되지 않고, 대부분 인터넷도 연결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었다. 인터넷이 연동되어 있지 않다는 점은 굉장히 크리티컬하게 다가왔다.
우리는 130개의 포스기를 기반으로 어떤 포스기 회사를 많이 사용하는지 파악하였고, 사업 내용을 해당 포스기 회사에게 이메일로 보냈으나 그 어떤 곳에서도 그렇다 할 답을 받지 못했다.
3. 그냥 사장님이 알려주면 어떨까?
포스기 회사에서 답이 없자, 우리는 포스기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자리가 있는지 파악하기 위한 어떤 더 간단한 방법이 있을지 고민했다. 그런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사장님이 직접 자리가 비어있다고 알려주면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식당을 이용하는 솔루션을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성수역 인간 카페거리에서 카페 60여 곳을 찾아가 자리가 비어있으면 다른 사람들에게 할인 쿠폰을 제공하여 홍보하는 서비스를 사용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대면으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거절당하기니 고통스러웠고, 대부분 인터뷰가 아니라 단방향 질문으로 끝나기도 하였다.
이틀 간의 사투 끝에, 20%의 사장님들은 도입할 의향이 있다며 연락처를 받는 긍정적인 결과를 얻었지만 우리는 서비스를 더 고도화 시키지 못하고 흐지부지 마무리 되었다.
나의 첫 사업 아이디어는 유의미한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여러 가설을 검증하다 끝나게 되었다.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사람들을 대면하는 것은 나를 초라하게 만들었고 거절당하는 것이 너무나 아팠다. 그러나 생각 속에만 머물러 있는 것들을 검증해 보며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는 점은, 나의 대학교 1학년을 아름다운 기억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