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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오래해야 하는가?

김욱영

오래하면 잘한다. 그렇다면 무엇을 오래해야 하는가?

우리가 살면서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뇌의 지적 수준이 엄청나게 높다기 보다는 먼저 배워서 그런 경우가 많다.

4살 아이가 6살이 하는 이야기를 하면 똑똑하다고 느껴진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가 5학년 문제를 풀면 똑똑하다고 느껴진다. 그런데 그들이 뇌의 지적 수준이 엄청나게 높다기 보다는 먼저 접하고, 더 많이 접해서 잘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한 번에 학습에서 비슷한 만큼 학습한다. 카네기 멜런 스쿨 연구 결과에 의하면 학생들의 학습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규칙적이서 놀랐다고 이야기한다.

학습에서 더 뛰어난 성취를 이루는 사람은 지적 수준이 높은게 아니라, 그냥 먼저 했을 뿐이다. 먼저 접했기에 작은 성공을 이루었고, 성공감에 더 많이 접해 뛰어난 성취를 이룬 것이다. 단순하게 시간을 오래 쏟았기에 잘해진 것이다.

처음부터 잘할 수는 없다. 처음 시작하면 접한 것이 많지 않아 잘할 수 없다. 그래서 오랫동안 잘할 수 있는 것, 좋아하는 것을 찾아야 한다. 하는 것 속에서 좋아하는 요소를 찾고, 그것을 오래했을 때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

가장 높은 언덕을 찾는 방법 - 임의성과 무작위성

그렇다면 내가 하는 것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나름의 답은 언덕 오르기 알고리즘에서 찾을 수 있었다. 어떻게 생겼는지 파악할 수 없는 지형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찾는 가장 간단한 알고리즘은 모든 순간에서 더 높은 곳으로 발을 내딛는 것이다.

이 방법의 문제점은 가까이 있는 언덕 자체가 낮은 경우, 가장 높은 언덕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건 내가 하고 있는 일도 마찬가지다. 하고 있는 일에 임의성을 추가하고, 새로운 곳에 무작위로 뛰어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길 중 하나가 가장 높은 곳 — 가장 좋아하는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을 때 그것을 향해 발을 내딛어야 한다.

좋아하는 것은 이미 하고 있는 것이다.

꿈이나 목표를 가지고 행동한다는 것은 두 가지 범주 안에 들어간다고 생각한다.

  • (1) 좋아하거나 잘하는 일의 다른 형태
  • (2) 무언가를 끔찍히 싫어하는 일을 피하는 형태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교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사교육 강사를 해도 만족하며 지낼 것이다. 불안정성이 끔찍히 싫어서 교사가 되고 싶은 사람은 공무원이 되더라도 만족하며 지낼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을 정말 가르치고 싶은 사람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사람을 가르치고 있을 것이다. 불안정성이 정말 끔찍히 싫은 사람은 안정과 관련한 어떠한 것을 하고 있을 것이다.

무엇을 하는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무언가를 정말 좋아한다면 어떤 식으로든 이미 내가 하고 있으 가능성이 높다. 좋아하는 것은 이미 하고 있다.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1) 매번 새로운 제한과 압박 속에서 최선을 보이는 것 (2) 당장은 불안정하더라도 최종적으로는 안정적이게 되는 것이 나의 언덕 중에 가장 높은 언덕이라고 생각한다. 에너지, 건축, 프로덕트, 커뮤니티 등 이제까지 좋아했던 것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요소가 꼭 있다.

산업이 발전할 수록 네트워크가 강해지는 것을 찾고, 미리 하고 있어야 한다.

가장 좋아하는 일을 찾았을 때, 그것이 큰 변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나는 스타트업이 대기업을 이겼던 방법을 정리해보며 2가지 결론을 짓게 되었다.

Delicious는 링크 저장을 하는 소셜 북마크 서비스였는데, 태그라는 개념(현재에는 해시태그#)을 제시하며, 한 개인의 링크 저장이 다른 사람에게도 가치를 부여하게 되자 급격하게 성장했다.

Square는 고객이 가지고 있는 문제를 계속해서 찾아나갔고, 시장의 끝 부분 — 다른 회사가 하지 않은 것에 집중하여 경쟁력을 채워갔다. 실제로 해보아야만 발견하는 문제들이 있고, 문제 - 해결이 무수히 모여있을 때 이노베이션 스택이 쌓여 아마존과 같은 거대 회사가 경쟁자가 되어도 살아남을 수 있다.

이 두 관점에서 내가 찾아야 하는 요소는 단 하나다. 산업이 발전할 수록 네트워크가 강해지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그걸 미리 하고 있어서 보이지 않은 경쟁력을 개발해야 한다.

이미 하고 있던 것에서 경쟁력이 나온다.

이 관점에서 시도해볼 수 있는 것은 2가지라고 생각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하는 것, 그리고 산업 전반을 보조할 수 있는 것을 하는 것이다.

파운데이션 모델을 하는 것은 AI시대에 언어모델을 직접 개발하는 것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에너지 산업에서는 핵융합, 원자력, 태양광 같은 생산 모델을 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파운데이션 모델이 살아남으리라 쉽사리 예측할 수 없다. 전기차와 수소차가 경쟁하던 상황에서 테슬라의 전기차가 승리한 후 수소차를 개발하던 회사들이 몰락했던 것 처럼 파운데이션 모델 경쟁에서 질 경우 돌이키기 어렵다. 그리고 다른 사람이 특정 파운데이션 모델에서 혁명을 찾아냈을 때, 내가 경쟁력을 갖출만한 요소가 없다.

왜냐하면, 경쟁력은 이미 하고 있는 것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누군가 산업에서 혁명을 찾아냈을 때 내가 그것을 미리 하고 있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그렇기에 산업전반을 보조할 수 있는 것을 산업 발전과 상관없이 쌓아두었을 때,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AI 시대에 승자가 그 어떤 사람이 되더라도 엔비디아는 살아남을 것이다. AI 산업이 발전할 수록, 다른 회사도 엔비디아의 제품을 이용할 것이고 이것이 네트워크가 되어서 쉽사리 빠져나가지 못한다. 다른 산업의 엔비디아가 되어야 한다.

에너지 산업에서는 이 요소 중 하나가 열관리라고 생각한다. 에너지가 어떠한 방식으로 성장하든, 파운데이션 모델의 승자가 누구든 관계 없이, 에너지 생산과 활용을 가리지 않고 열 관리가 문제인 분야는 많아질 것이다. 산업 전반으로는 이 요소 중 하나가 법률 분야라고 생각한다. 산업이 어떤 식으로 성장하더라도, 승자가 누구든 상관없이 기존과 궤도를 달리한 방식이라면 항상 법률이 문제인 분야가 많아진다.

이런 요소들은 다른 것과는 다르게 미리 경쟁력을 쌓을 수 있다. 산업 전반을 보조하는 것을 미리 했을 때, 어떤 상황에서든 경쟁 요소를 갖출 수 있다고 믿는다.

JBTD 관점으로 일을 바라보기

사용자가 제품을 구매하는 일은 일을 완수하는 것이지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영어 과외를 하는 학생에게 영어 스터디를 제공하는 것은 큰 가치를 제공하지만, 수학 과외를 제공하는 것은 가치를 제공하지 않는다. 영어 과외를 하는 학생의 목적은 영어를 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Job To be Done이라고 한다.

내가 미리 하고 있는 일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단계별로, JTBD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1) 남을 도와주기

처음에는 남을 도와주는 것이다. 내가 시간을 들여서 남을 도와줌으로써 가치를 제공한다. 이 과정에서 어떻게 남을 도와주는 것이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지 알게된다.

(2) 돈을 받고 컨설팅 형식으로 도와주기

남을 도와주다 보면 어떠한 방식으로 도와줄 수 있는지 규칙이 생기고. 남이 큰 돈을 낼만큼 도와주다보면 컨설팅 형식으로 도와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쌓인 문제-해결이 쌓여 경쟁력을 만들게 된다.

(3) 입소문을 만들고 수익화 하기

남을 도와주는 방식이 정형화되고 입소문을 만들게 되면, 직원도 똑같은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이때부터 사업이 커지게 된다.

(4) 제품으로 만들어 스케일업 하기

최종적으로는 직원없이도, 사용자 스스로도 가치를 만들 수 있게 제품화 할 수 있다. 정말 중요한 지점은 남을 도와주는 것과 제품으로 만드는 것이 사용자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다르지 않다는 지점이다.

나는 여기서 변호사라는 직업이 매우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는데, (2) 돈을 받고 컨설팅 방식으로 도와주기 부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지점이다. 남을 도와줘보면서 무엇이 문제인지 고민할 필요가 없다. 변호사가 도와주는 업무 자체가 돈을 받을 수 있는 지점이다.

명확한 답은 없지만, 나는 생각이 여기까지 발전해오면서 변호사라는 진로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나는 매번 새로운 제한 속에서 최선을 보이는 것을 좋아하며 최종적으로는 안정적이었으면 했다.

세상이 어떤 방식으로 성장하든 더 많은 사람들이 찾고, 미리 하고 있어서 보이지 않은 경쟁력을 변호사라는 직업이 쌓아갈 수 있다고 느꼈다. 사회가 성장할 수록 더 많은 사람이 찾는 네크워크 효과가 강하다고 느껴졌다. 그리고 돈을 받고 남을 도와준다는 것이 매우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그런데 계획의 가장 큰 문제점은 미래가 어떻게 될지 그려지는 상황에서만 효과적이라는 지점이다.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언덕에서 가장 큰 것일 뿐이다. 세상은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고, 내가 모르는 더 큰 언덕이 있겠지만 지금 당장의 시야에서 변호사라는 직업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인 것으로 느껴진다.

나 스스로 이것을 발판으로 더 좋은 미래를 생각했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생각이 텍스트 덩어리에 지나지 않은 미래가 빠르게 찾아왔으면 한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