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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등한 대화

김욱영

자음 14개, 모음 10개, 24개의 구성요소의 응집체인 텍스트는 각기 다른 맛을 가지고 있다.

24개의 요소는 무엇을 전달하기 위해 존재하기에, 시선을 더 끌려고 하는 여러 요소들이 산재해 있기도 했다. 글씨의 크기나 모습이 다른 것들 말이다.

인터뷰도 그러했다. 처음 읽어본 인터뷰는 인터뷰이의 말만 눈에 들어왔던 기억이 있다. 인터뷰 기사를 보면, 인터뷰이의 말만 훅훅 읽고는 다른 기사를 찾았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른다.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작년에 제대로 읽어보아야겠다고 다짐했을 때, 보이지 않는 요소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인터뷰어는 인터뷰이의 위대함으로부터 끌어내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한 것이 보였다.

인터뷰에서는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를 구분하기 위해, 대시(-) 혹은 따옴표(”)로 서로를 구분했고, 인터뷰어는 굵은 글씨로 하여금, 답변만큼 질문이 중요하다고 호소했다. 그렇게 인터뷰를 읽다 보니, 어느샌가 인터뷰어의 질문과 인터뷰이의 답변이 연속적으로 나에게 들어왔다. 인터뷰이의 전달이 아닌 서로 간 대화가 인터뷰의 맛이구나 싶었다.

그런데 김지수의 위대한 대화를 읽는데, 인터뷰어와 인터뷰이의 대화는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다. 초록색에 고딕체로 구성된 인터뷰어의 생각만이 보일 뿐이었다.

어느샌가 인터뷰어의 답변도 눈에서 흘겨 버리고는, 초록 고딕의 생각만 쳐다보는 모습을 보니, 이제껏 인터뷰에서 인터뷰이의 위엄에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인터뷰가 조금은 다르게 읽혔다.

인터뷰이 중심의 ‘위대한’ 대화는 어느샌가 인터뷰어가 지휘하는 ‘대화’가 되었다.

인터뷰이를 끌어내리고는, 서로가 동등한 위치에 있는 것처럼만 느껴졌다.

동등한, 대화만이 남아 있었다.


24.03.26, 김지수의 대화에 참여하기 위해 작성했다.